칼럼

사실혼 관계와 상속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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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6-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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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을 넘긴 여성이 상담실에서 조용히 들어왔다. 스무 해를 함께 산 남편이 두 달 전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상담 예약을 하면서도 자신이 상담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 모르겠다고 했다는 말을 직원에게 전해 들었다.

마지막 삼 년은 병원과 집을 오가며 간병으로 보냈다. 장례식장에서 상주 자리에 선 것은 남편의 자녀들이었고, 그분은 조문객 틈에서 조용히 절을 올렸다. 영정 앞에 선 사람 중 고인의 마지막 삼 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는 그분이었지만, 방명록에 이름만 적고 나왔다고 했다.

발인이 끝난 지 겨우 보름 만에 남편의 자녀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집을 정리할 테니 나가 달라는 통보였다. 그 집은 두 사람이 함께 십오 년을 산 집이었다.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각자 사별과 이혼을 겪은 뒤 쉰 줄에 만난 사이였다. 남편의 자녀들이 재혼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그분 역시 자기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신고를 미뤘다. 그러다 세월이 흘렀다. 동네 사람 모두가 두 분을 당연히 부부로 알았고, 병원 서류에도 보호자란에 그분의 이름이 적혔다. 다만 가족관계등록부에만 두 사람은 남남이었다. 몇 번인가 신고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때마다 누군가의 사정이 앞을 막았고, 이제 와서 무슨 신고냐며 두 분이 웃어넘긴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 웃음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 줄은 누구도 몰랐다.


우리 민법은 법률혼주의를 택하고 있다. 혼인은 신고함으로써 효력이 생기고, 배우자로서 상속을 받는 사람도 법률상 배우자에 한한다.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없다. 함께 산 세월이 아무리 길어도, 간병의 밤이 아무리 많았어도 마찬가지다.

물론 우리 법원이 사실혼을 아예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혼이 깨지면 법률혼과 마찬가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부당하게 파기한 쪽에 위자료를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 기묘한 틈이 있다. 사실혼이 살아서 헤어지는 방식으로 끝나면 재산분할이 가능하지만, 한쪽의 죽음으로 끝나면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상속은 법률혼이 아니어서 안 되고, 재산분할은 사망으로 해소되어 안 된다. 헤어졌다면 받을 수 있었던 몫을, 끝까지 곁을 지켰기 때문에 받지 못하는 셈이다.

그분께 드릴 수 있는 답이 많지 않았다. 필자는 상담 중에 기록을 적다가 펜을 몇 번이나 멈췄다. 상속인이 아무도 없을 때 사실혼 배우자가 특별연고자로서 재산 분여를 청구하는 길이 있지만, 자녀들이 있는 이상 그 문마저 닫혀 있었다. 함께 저축한 통장은 남편 이름이었다. 유언장은 어디에도 없었다. 남편은 아마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자기가 먼저 떠난 뒤 아내가 집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것을. 유언이라는 것은 대개 자신이 떠난 뒤를 상상할 수 있는 사람만 남기는데,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는 그 상상이 가장 어렵다.

아내는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이야기했다. "그 사람 아플 때 제가 밤마다 옆에 있었는데요." 그러나 혼인신고서 한 장의 거리가 스물두 해보다 멀다는 것이, 이 제도가 가진 냉정함이다.


황혼에 만나 혼인신고 없이 함께 사는 분들이 적지 않다. 자녀들의 반대로, 각자의 사정으로, 혹은 그저 번거로워서다. 그분들께 필자가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신고가 어렵다면 유언이라도 남기시라는 것이다. 자필로 쓴 유언장 한 장, 공증 한 번이면 남은 사람에게 집 한 채와 통장 하나를 남길 수 있다. 

사랑은 서류가 필요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데는 서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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