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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변호사의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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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작성일2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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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운영 중인 법률사무소 소속 오 변호사님의 가까운 지인이 전세사기를 당하셨다고 했다. 가장 가까운 변호사가 전세사기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사무실 소속인 것이 그분에게는 피해 금액을 회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작용했고 올 3월 즘 오 변호사님이 직접 작성한 소장이 법원에 접수되었다.

의뢰인은 지난 2020년 서울에 한 다가구주택 전세 계약을 체결한 분이셨는데 당시 20대 사회 초년생이었다. 등기부를 보고 권리관계를 파악하기도, 중개대상물확인설명서를 이해하기도 모두 버거운 나이였고 당시 중개인의 설명을 듣고 1억 원에 가까운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납입했다. 불행하게도 해당 부동산은 신탁사 명의로 된 곳이었고 몇 년 전 공매로 새로운 낙찰자가 나타나 의뢰인은 사실상 보증금 중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게 되었다.

신탁이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재산을 이전하고 그 관리, 처분을 맡기는 계약을 말하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수탁자, 즉 신탁회사 소유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즉 등기부를 떼보면 통상 소유권 보존등기는 홍길동으로 되어있고 소유권 이전등기와 함께 신탁회사에 신탁되어 있다고 표시가 된다.

법률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눈에서는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넘어가있는 등기를 보더라도 소유권 보존이라는 단어를 보고는 홍길동을 소유자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데 신탁 부동산 전세사기가 바로 이 점을 노리고 터지고는 한다. 결국 임대인 A는 수탁자인 홍길동과 전세 계약을 체결하나 결국 신탁회사인 법인에게 대항할 수가 없는 임대차 계약이라 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이다.


오 변호사님의 가까운 지인분도 정확히 위 내용의 사기를 당하신 것이고 현재 임대인은 구속되어 있으나 본인의 피해금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이때 주로 이용하는 방법은 공제금 청구인데, 이렇게 신탁 부동산인 상황도 제대로 확인을 안 하고 고의 또는 과실로 중개행위를 잘못하여 중개의뢰인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으니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이를 배상하라는 소송이다.

의뢰인에게 중개를 했던 당시 중개사는 폐업상태였고 최근에야 겨우 임대인,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그리고 협회에까지 소장이 전부 송달되고 변론기일이 잡혔다. 얼마 전 회의 시간, “본인 사건이시니 직접 들어가시지요?” 하니 오 변호사님 표정이 어둡다. 최근 이 사건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고 전세사기당하신 분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했다고 한다.

공인중개사협회 측에서 항변하고 있는 소멸시효, 적절한 중개사의 조사 및 설명의무 이행, 그리고 과실비율까지 모든 쟁점을 놓치지 않고 싶어 했다. 당연한 일이다. 나의 업무 처리 그리고 그 결과가 내 얼굴이 되는 변호사의 삶에서 나의 가까운 지인에게 부족함이 원인이 되어 손해를 조금이라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렇게 한 변호사가 또 성장하는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일과 삶이 분리되고 노력과 결과를 떼어놓고 평가받을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결국 계속 이렇게 하루하루를 이겨내야 할 것이다. 필자 역시 부끄럽고 부족한 하루하루이지만 매주 출근하며 읽는 드라마 미생의 좋은 대사가 있어 오 변호사님께 소개한다.


“반집으로 바둑을 지게 되면 이 많은 수들이 다 뭐였나 싶다. 작은 사활 다툼에서 이겨봤자, 기어이 패싸움을 이겨봤자 결국 지게 된다면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하지만 반집으로라도 이겨보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 이 반집의 승부가 가능하게 살아준 돌들이 고맙고 조금이라도 삭감해 들어간 한 수 한 수가 귀하기만 하다. 순간의 성실한 최선이 반집의 승부를 가능케 한다. 순간을 놓친다는 것은 전체를 잃고 패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에게도 다시금 이 말을 새기며 한 해를 보내고 다시 한 해를 마주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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